장거리 백패킹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배낭 무게다. 처음 짐을 모두 넣고 메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실제로 나 역시 첫 장거리 준비 당시 배낭 무게가 18kg을 넘었던 적이 있다.
몇 번의 경험을 거치며 현재는 같은 일정 기준으로 12~13kg 수준까지 줄였다. 이 글에서는 이론적인 경량화 팁이 아니라, 직접 줄여보며 효과가 컸던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해본다.
1.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것은 ‘여분’이다
초보일수록 여분을 많이 챙긴다. 양말 한 켤레 더, 상의 하나 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추가 장비.
하지만 실제 장거리 트레일에서는 모든 여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여분 의류를 하나씩 줄여가며 테스트했고,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일정에서 양말 2켤레, 상의 2벌이면 충분했다.
2. 무게는 장비 개수가 아니라 ‘기본 중량’에서 결정된다
사소한 물건 몇 개 줄이는 것보다 텐트, 침낭, 배낭 같은 기본 장비 무게가 전체 하중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처음에는 작은 물건부터 줄였지만 총 무게 변화는 크지 않았다. 결국 텐트와 침낭을 경량 모델로 바꾸면서 한 번에 1kg 이상 줄일 수 있었다.
3. “혹시 몰라서”라는 기준을 다시 점검하기
배낭이 무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혹시 몰라서”라는 생각이다. 비상용 장비, 예비 도구, 추가 식량까지 점점 늘어난다.
나는 준비 과정에서 각 장비에 질문을 던졌다. “지난 트레일에서 실제로 사용했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장비는 제외 대상에 올렸다.
4. 식량은 가장 변동 폭이 큰 요소
의외로 무게를 크게 좌우하는 것은 식량이다. 초반에 과하게 준비하면 첫 이틀 동안 체력 소모가 커진다.
현재는 하루 평균 필요 열량을 계산하되,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양만 준비한다. 경험상 남기는 식량은 거의 그대로 배낭 무게가 된다.
5. 물은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물 역시 무게 비중이 높다. 처음에는 항상 최대 용량을 채워 출발했지만, 수원 간격을 미리 확인하면 필요 이상으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물 1리터는 1kg이다.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체감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6. 무게를 줄이면 속도보다 회복이 달라진다
배낭 무게를 줄이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이동 속도가 아니라 회복 속도였다. 하루를 마친 뒤 피로도가 확실히 줄었고, 다음 날 출발이 훨씬 가벼웠다.
장거리 백패킹에서는 하루의 편안함보다 연속된 날의 누적 피로가 더 중요하다. 무게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현재 내가 유지하는 기준
지금은 출발 전 기본 중량(물·식량 제외)을 10~11kg 이하로 맞추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물과 식량이 추가되면 총 12~14kg 사이에서 시작한다.
이 기준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든 수치다. 물론 개인 체력과 트레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무게를 줄이는 방향은 분명히 장점이 더 컸다.
정리
백패킹 배낭 무게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작은 물건을 몇 개 빼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여분을 줄이고, 기본 장비 무게를 점검하고, 식량과 물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
완벽한 경량화가 목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무게를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장거리 백패킹에서는 가벼움이 곧 안정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