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는 장거리 백패킹을 준비하며 정리한 정보들이 많다. 체력 관리, 장비 구성, 일정 계획처럼 지금 보면 비교적 정리된 형태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기준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행착오와 후회가 먼저였고, 이 글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선택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모든 상황을 대비하려다 배낭이 무거워졌다
처음 장거리 백패킹을 준비할 때 가장 크게 했던 실수는 ‘혹시 몰라서’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장비를 챙겼다는 점이다. 비가 올까 봐 여분을 넣고, 추울까 봐 하나를 더 넣다 보니 배낭은 출발 전부터 부담스러워졌다.
막상 트레일에 오르고 나서야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비의 핵심은 대비의 양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여유라는 점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았던 판단
체력에 대한 자신감도 초반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지도상 거리만 보고 하루 이동 거리를 크게 잡았고, 휴식은 계획표에서 자연스럽게 빠졌다.
실제 트레일에서는 고도 변화, 날씨, 짐의 무게가 모두 변수였다. 계획보다 늦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조급함이 생겼고, 그 조급함이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준비 중 하나였다.
정보를 그대로 믿었던 선택
출발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 가이드를 가능한 한 많이 참고했다. 문제는 그 정보를 내 상황에 맞게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충분했던 준비가 나에게는 과했거나 부족했다. 정보는 참고 자료일 뿐인데, 처음에는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후 이 블로그에 정보를 정리하면서 ‘왜 이런 기준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는지’를 함께 적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 상태보다 계획을 우선했던 순간
트레일 중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계획해둔 일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피로를 더 키웠고, 이후 며칠 동안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지금은 몸 상태를 기준으로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결코 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후회가 기록으로 바뀌는 과정
이런 선택들은 트레일 위에서는 불편함으로, 돌아와서는 후회로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후회가 기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정리해보니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많은 정보들은 바로 이런 후회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배울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처음 장거리 백패킹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있었기에 이후의 준비와 판단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다.
장거리 백패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후회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어떻게 정리하고 다음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이 글은 그 과정의 한 부분을 솔직하게 남긴 기록이다.
이후의 기록들이 의미를 갖는 이유
이 블로그에 정리된 정보들은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쓰인 글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후회하고, 다시 정리하면서 쌓인 기록들이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완벽하지 않았던 시작을 먼저 남기고 싶었다. 이후의 정보 글들이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맥락이 조금 더 분명해지기를 바란다.